1. 갈등의 원인
청소년과 부모의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과거에 비해 청소년기가 연장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여건에서는 직장을 가지거나 결혼하여 독립하기 전까지 많은 자녀가 부모와 분가하지 않고 함께 울타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완전한 성인을 의미하는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 독립이 어렵다.
둘째, 세대 차이다. 부모와 자녀 각각의 연령과 성장했던 사회적 상황 및 사회화 기관의 차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 간에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세대 차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관점, 감정, 사고방식, 가치관, 기호나 취향의 차이가 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들은 자녀에게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반드시 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꼭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컴퓨터 회사를 설립해 성공한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도 있지 않냐"며 부모의 가치관을 보수적이라고 여긴다.
아울러 현대와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사이버 공간의 존재 그 자체가 세대 간의 골이 깊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 세대는 정보 매체와 친화력이 강하지만 부모 세대는 컴퓨터와 접근할 기회가 적었던 세대인 데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므로 부모와 자녀 간에 생기는 정보 격차도 가정 내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셋째, 앞에서 설명한 청소년들의 자율성 획득과 부모의 통제 사이에서 청소년과 부모의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1997년 동아시아의 중국, 일본, 한국 세 나라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와 갈등 정도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대상자 중 중국 청소년은 27.5%, 일본 청소년은 50.2%가 부모의 간섭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한국 청소년들은 64.4%가 그렇다고 응답하였으며 부모의 높은 간섭 정도로 인해 부모와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 청소년들보다 부모님의 간섭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2. 해결방안
먼저 많은 부모는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권위와 가정의 위계질서에 도전받는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부모는 오히려 자녀에게 권위를 행사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청소년들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이때에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 폭넓은 영역에 걸쳐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소통을 해서는 가족 내의 모든 구성원이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한 모든 방향의 의사소통 망을 구축하여 대화가 필요한 가족 구성원끼리는 직접 대화를 주고받도록 한다. 또 가족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자녀를 참여시키며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부모는 청소년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어야 하며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그들에게 규율을 제시하면서 자녀를 통제함으로써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을 약화할 수 있다.
둘째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독립하여 자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발달 과제이다. 자녀가 태어나서부터 아동기에 이르기까지는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부모에게 의존하였지만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그들은 점점 부모로부터 분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초래된다. 부모는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적인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분리의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인내심으로 자녀가 홀로 서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때로는 갈등을 해결하는 묘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청소년기의 부모 역할을 재규정할 필요성이 있다. 양육의 태도가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역할도 청년기에는 달라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녀의 교육자 및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최초의 교사일 뿐 아니라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이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이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력과 꼭 필요한 도덕규범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자적 입장에서 부모는 자녀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부모는 본인의 욕심을 자녀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 부모는 자녀가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행동 모델이기 때문에 행동, 일, 생각 등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자녀는 청소년기에 직면하는 여러 가지 갈등 상황으로 인해 수시로 부모에게 조언과 지지를 기대한다. 이때 부모는 상담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 자녀의 발달 특성에 민감해야 하며, 자녀의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녀가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수치심을 가지지 않도록 긍정적인 태도로 자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여야 하며, 부모는 자녀가 자유롭게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가정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녀와 대화가 시작되면 존중하는 태도와 표정으로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되, 그 과정에서 자녀의 사생활을 탐색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칫 잘못하면 정서적으로 동요가 잦거나 민감한 청소년 자녀가 사생활이 드러났다고 생각하거나 대화한 내용을 온 가족이 알게 될까 후회할 수도 있다. 자녀에게 설사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부모는 경직된 표정으로 말의 중간을 끊기보다는 일단 경청한 후 합리적인 설명과 그 잘못으로 인해 생길 결과에 대해 자세히 논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학업이나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좌절할 때는 현실적인 사회의 경쟁적 분위기를 반영해 야단을 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녀의 편이 되어 격려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청소년기 자녀의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과 이해, 또 신뢰를 강하게 심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우리나라와 같은 입시 위주의 사회에서 학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본인이 먼저 절감한 세대이다. 그러므로 자녀가 학업에 소홀하면 이에 따라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어려움으로 부모는 자녀에 대해 조바심이 나게 되고, 학교의 분위기에 이어 가정에서까지 경쟁적인 분위기를 무의식 중에 조성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부모는 자녀를 '대리만족의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청소년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청소년기 발달 단계를 감안한 보다 성숙한 부모의 역할 수행이 절실히 요구된다.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적 성장과 발달 (0) | 2023.07.03 |
---|---|
지능의 발달 (0) | 2023.07.02 |
청소년기 가족 발달 과업 (0) | 2023.06.19 |
가족의 발달과 관계 (0) | 2023.06.19 |
청소년시기의 대인관계 (0) | 2023.06.16 |